카테고리 없음

금강산에 대한 김삿갓과 마하연 스님의 시짓기 내기

아자여 2011. 7. 5. 23:51
반응형

금강산에 대한 김삿갓과 마하연 스님의 시짓기 내기

 

 금강산 제일의 산장, 마하연에는 김삿갓과 마하연 스님이 시짓기 내기를 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금강산 천지가 온통 단풍에 붉게 타던 어느해 가을이었다.

김삿갓은 시를 잘 짓기로 굉장히 소문난 금강산의 한 스님을 찾아갔다.

마하연 암자에서 살고 있는 그 스님으로 말하자면 금강산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도

금강산에 대한 애착이 깊고, 시를 짓는 데도 당대의 일류 문장가들과도 어깨를 견줄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하연을 찾아온 김삿갓과 금강산 스님의 시짓기 내기가 시작되었다.

내기는 금강산을 잘 아는 스님이 먼저 전구(前句)를 떼면 삿갓이 대구(對句)를 대는

식으로 벌어졌다.

 

스님 : 石轉千年方倒地(석전천년방도지)  산 위의 돌은 천년이나 굴러야 땅에 닿을 듯 하고,

삿갓 : 峰高一尺敢摩天(봉고일척감마천)  산봉우리는 한 자만 더 높으면 하늘을 찌를듯 하여라.

 

스님 : 靑山買得雲空得(청산매득운공득)  청산을 돈 주고 샀더니 구름은 공(空)으로 얻고,

삿갓 : 白水臨來魚自來(백수임래어자래)  맑은물가에 다다르니 고기는 저절로 모여드누나.

 

스님 : 水作銀杵春絶壁(수작은저춘절벽)  물은 은절굿공이가 되어 절벽을 연방 내리찧고,

삿갓 : 雲爲玉尺度靑山(운위옥척도청산)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가 되어 청산을 재어간다.

 

스님이 연해연방 불러대어도 삿갓이 거침없이 대답을 하는데, 그것이 앞뒤가 꼭 맞을 뿐 아니라

그 뜻이 하도 깊어서 신기할 정도였다.

스님은 마침내 시짓기 내기를 더 이상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끼던 마지막 구를 떼었고

삿갓이 그 뜻을 알아채리고 끝을 맺었다.

 

스님 : 月白雲白天地白(월백운백천지백) 달이 희고 눈이 희니 천지가 다 희고,

삿갓 : 山深水深客愁深(산심수심객수심) 산이 깊고 물이 깊으니 나그네 수심도 깊다.

 

스님은 김삿갓의 마지막 구에 감동하여 입을 딱 별렸다. 스님이 감삿갓의 비상한 재주에 감복하여

말없이 그를 쳐다보는데, 삿갓이 스님을 마주보며 다음 구를 기다리다가 더 내지 않자

한마디 하였다.

"아니 왜 바라보기만 하시나이까. 이빨을 빼버리기엔 아직 이르지 않소이까?"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5권에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