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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분수대] 골프공

by 아자여 201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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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골프공
골프공에 난 작은 보조개, 즉 딤플(dimple)은 몇 개일까. 적잖은 골퍼들이 108개로 안다. 골프가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구멍마저 백팔번뇌를 닮아 108개라는 속설이 그럴듯하게 퍼져 있다. 하나 틀린 얘기다. 딤플은 대개 350~500개다. 굳이 골프와 백팔번뇌를 연결시키려면 홀이 어울린다. 규정상 홀 지름은 4.25인치, 정확히 108밀리다. 골프 발상지인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클럽에서 썼던 홀의 기계 직경이 4.25인치여서 이게 표준이 됐다는 거다.

 한 해 8억 개 이상 생산되는 골프공은 작은 돌로 시작했다. 14세기에 나무를 깎아 만든 게 등장했고 300년 후 가죽 주머니에 거위털을 채운 ‘페더리볼(feathery ball)’이 나왔다. 이후 1848년 고무나무 수액으로 만든 ‘구타볼(Gutta ball)’이 발명되면서 골프는 전기를 맞는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페더리볼은 하루 3개 만드는 게 고작이었지만 구타볼은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대중 스포츠의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다 1905년 영국 기술자 윌리엄 테일러는 표면에 작은 구멍을 파 공기저항을 줄여줌으로써 획기적으로 비거리를 늘린 골프공을 선보인다. 흠집 난 공이 더 멀리 간다는 관찰에 착안한 개가였다.

 그 뒤로도 골프공을 둘러싼 기술경쟁은 쉴 틈이 없었다. 비거리 증가는 물론이고 쉽게 찾기 위해 특별한 반사광, 독특한 냄새를 내뿜는 공에다 GPS까지 달린 제품도 나왔다. 이러니 단순해 보이는 골프공 관련 특허가 1500개를 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자연 기술 분쟁도 잦다. 최근엔 업계 거인인 타이틀리스트와 캘러웨이 간 법정싸움이 5년째다. 2006년 캘러웨이는 타이틀리스트가 신제품 ‘Pro V1’을 개발하면서 자신들의 특허 4개를 침해했다고 고소했다. 최경주가 쓰는 게 바로 이 공이다.

 그러나 기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영·미 골프협회는 클럽과 함께 골프공의 성능을 제한한다. 지정된 기계로 쳐 271.4m 이상 날아가면 실격이다. 인간의 노력이 아닌 장비 개량만으로 기록이 나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믿음에서다. 최근 빗맞아도 똑바로 나간다는 ‘폴라라 공’이 논란을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골프공 회사인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다. 치열한 기술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그러나 골프만큼 기술의 지나침을 싫어하고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운동도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듯하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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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joinsmsn.com/article/846/55238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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