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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48년 만의 최악 한파, 반년 뒤 동식물 생태계 ‘침묵의 여

by 아자여 201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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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48년 만의 최악 한파, 반년 뒤 동식물 생태계 ‘침묵의 여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류기봉씨가 20일 자신의 포도밭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겨울 몰아친 한파로 류씨의 포도나무 가운데 60%가 얼어 죽거나 포도송이가 제대로 달리지 않는 피해를 봤다. [신동연 지식과학선임기자]

지난겨울 한반도는 따뜻하지 않았다.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사온(四溫)은 사라졌고, 삼한은 삼십한(三十寒)으로 늘어났다. 서울에 닥친 1월 한파는 48년 만에 가장 추운 것이었다. 6개월 전의 그 한파가 아직도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가 당시 심한 동상(凍傷)에 걸렸음을 알려 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식물과 어패류가 얼어 죽고 철새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지구온난화라 하는데 극심한 한파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파도 지구온난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온난화가 왜 한반도를 동상에 걸리게 했는지 알아본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류기봉(46)씨는 요즘 포도밭을 둘러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1만3000여㎡의 포도밭 가운데 60% 정도가 지난겨울 추위에 피해를 봤다. 나무가 아예 얼어 죽거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해도 포도 씨알이 듬성듬성하고 작아 상품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류씨는 “지난해 수확철에 햇볕이 안 나 포도나무가 약해진 데다 올 1월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추위가 보름 가까이 계속되면서 냉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는 한 번 냉해를 입으면 2~3년 지나야 회복되기 때문에 타격이 작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 하동군 화계면 쌍계사 근처에서 차밭을 일구는 구해진(44)씨도 냉해 피해자다. 1만6000여㎡ 넓이 차밭의 80%가 냉해를 입었다. 구씨는 “정남향의 양지바른 곳을 제외하고는 차나무 대부분이 얼어 죽었다”고 말했다. 보통의 삼한사온 날씨와는 달리 지난겨울에는 40일 내내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보성군 지역에서도 차나무의 70% 이상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7일 “잠정 집계된 과실류 동해(凍害) 피해 면적은 포도 2033㏊, 사과 858㏊, 복숭아 492㏊ 등 7908㏊에 이른다”고 밝혔다. 강릉·동해·고성 등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는 총 29.7㏊에 이르는 지역에서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가 얼어 죽었다.

 바다에서는 가두리양식장 피해가 심각했다. 바닷물 수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남·충남 등지의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우던 쥐치·우럭 등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보성군에서는 벌교 꼬막 30~40%가 한파에 폐사했다. 전북 새만금호에서는 올 2월 200마리가 넘는 상괭이(쇠돌고랫과 소형 고래)가 한꺼번에 죽어 물 위로 떠올랐다. 물 위로 나와 호흡을 하는 상괭이가 새만금 호수 물이 얼어붙는 바람에 숨을 쉬지 못한 탓이다.

 한파는 철새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채희영 박사는 “여름 철새인 붉은배새매가 예년에는 5월 초 일주일 사이 매일 수천 마리씩 홍도·흑산도를 거쳐 한반도로 이동하지만 올봄에는 몇 마리밖에 관찰되지 않았다”며 “지난겨울 한파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 민통선의 생태연구가 전선희씨도 “매년 철새 이동을 관찰하고 있지만 올해는 붉은배새매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 박사는 “철새의 경우 번식지에 도착했을 때 먹이 상황이 좋으면 알을 많이 낳지만, 그렇지 않으면 알을 적게 낳는 경향이 있다”며 “기후변화 혹은 기상이변으로 번식지에서 곤충·애벌레 등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철새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채 박사는 사라진 붉은배새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외국 전문가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지난겨울 극심한 한파가 닥친 데 대해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빙설자료센터는 “1월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1355만㎢로 1979년 첫 관측 이래 가장 작아졌다”며 “이 때문에 ‘따뜻한’ 바닷물이 북극해 상공의 공기를 데워 북극의 찬 공기를 에워싸고 있는 냉와류(polar vortex)를 약하게 만들면서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까지 쏟아져 내려왔다”고 발표했다. 북극해를 덮는 얼음이 줄면서 바닷물의 증발이 늘었고, 늘어난 수증기가 시베리아에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했는데, 이것도 북반구에 한파를 불러왔다. 시베리아에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시켜 찬 공기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 세력과 합쳐지면서 냉와류(제트기류)를 남쪽으로 끌어내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위도 한파의 원인을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으로 설명하는 기상학자들도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지방과 북반구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줄었다 커졌다 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압 차이가 줄면 북극의 찬 공기를 에워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김성중 극지기후연구부장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한반도에서 여름은 갈수록 더워지겠지만 겨울철에는 오히려 더 심한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신동연 지식과학선임기자



http://news.joinsmsn.com/article/512/56735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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