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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2조원 주식 부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맨손과 열정으로 엔씨소프트를 창업해 14년 만에 약 2조원에 가까운 주식 부자가 된 인물. 김택진(44·사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벤처 1세대로 많은 벤처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그것이 그에겐 행운이었다. 그보다 앞서 회사를 일으켰던 벤처기업인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는 한때 성공했던 벤처기업들이 망해버린 이유로 “진지함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지함이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달 초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들의 학습모임인 중앙비즈니스(JB)포럼에 나와 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 대책 없이 흠만 잡는 한국 사회의 병폐 등을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진지함’을 성공 자질로 보는 이유는. “피터 드러커가 경영자의 중요한 자질로 말한 ‘인테그러티(integrity)’를 번역한 것이 ‘진지함’이다. 피터 드러커 책을 바로 번역한 우리나라 책에는 ‘성실함’으로 돼 있는데, 일본 책인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을 번역한 책에는 ‘진지함’으로 돼 있다. ‘성실함’은 감동 없는 번역이다. 성실한 사람이 한 둘인가. 자신의 일에 대한 진지함이 중요하다. 도덕과 예술을 동시에 추구하는, 남들에게 예술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망한 벤처기업들은 그 진지함이 결여돼 있어서 망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사례가 있나. “ A사는 회사가 커지자 관리인력을 대기업에서 데려왔는데 그 뒤부터 회사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개발자들은 자신들은 땀 흘려 개발하는데 회사가 흥청망청한다고 보고 불만을 가졌고 내분이 생겼다. 급기야 술을 먹기 위해서 온갖 새로운 비즈니스를 벌이는 지경까지 가면서 망했다. 또 다른 벤처의 신화였던 B사는 희한한 기록이 많다. 어느 날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룸살롱의 모든 방이 B사 사람들로 꽉 찼다. 그런데 자기 회사 직원들이 다른 방에 있는지 서로 몰랐다. 모두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지만, 어떤 방은 B사 사람들만 있었다. 기술이나 열정 이전에 진지함이 결여됐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모럴(moral)이 흩어지면 정신이 썩고, 마인드(mind)가 없어진다.” -성공에 다른 요인은 없나. “항상 만족하지 마라.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한 히딩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항상 굶주려야 한다. 남이 못해 준다. 배고파하고 도전하면 성공한다. (단순히) 돈 벌려고 들어온 사람 치고 성공한 사람 못 봤다.” 그가 들려주는 벤처기업 흥망사는 국내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싹을 밟고 있다는 주장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는 우리 경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엄청 밉다. 입만 살았다. 왜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를 꿈꾸나. 우리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더 멋진 거 아닌가. 대부분 잡스, 애플 얘기하며 삼성을 까는데, 거기엔 여러 감정이 뭉쳐져 있는 거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삼성, 얼마나 훌륭하냐. 다들 애플 앞에서 쓰러져갈 때 그나마 고개 들고 버티고 있는 게 삼성밖에 더 있나. 그런 나라가 어디 있나.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였던) 노키아가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지 모르나. 삼성이나 LG, 얼마나 멋진 기업인가. 이 삭막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 있는 우리나라 기업을 왜 욕하나?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다 죽었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누구를 한번 욕해서 끝나면 얼마나 좋겠나. 대기업 욕을 하면 의식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직 배양이 덜 된 분야다. 소프트웨어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인재들이 그곳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적이 없다. 다들 법대·의대 가고 공대는 안 온다. 공대 중에서도 전자공학과는 삼성·LG가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가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골치 아프다고 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산업 부진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많다.” 김 대표는 청소년들의 의대·법대 쏠림현상도 일반적인 우려와는 다르게 진단했다. 그는 “의대에 인재가 몰린다면 그것을 활용해 한국이 세계적인 의료 메카가 되는 꿈을 꿔볼 수 있지 않느냐”면서 “그런 관점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병원 시스템이 계속 낙후된다. 국가적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 1위라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원성도 많이 듣는다. 김 대표 역시 거기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억울함도 호소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이 사회문제다. “엔씨소프트가 청소년을 망치는 원흉처럼 비치고 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이 거의 없다. 대부분 18세 이상이 한다. 서울을 벗어난 지역의 PC방에 초등학생이 많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아이들이 아침부터 PC방에 와 있다. 부모들이 바빠서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 문제를 게임이라는 것으로만 단순화시켜 다루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논의에서 정작 아이들이 소외된다. (그는 이 대답을 하면서 ‘내가 이런 말 하면 책임 회피한다고 할 텐데’라며 겸연쩍어 했다.) 김 대표는 재산과 사회적 기여에 관해서도 진솔하게 얘기했다. -재산이 얼마인지 평가해봤나. “그런 적 없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재산이 없다. 주식이 다다. 계산 안 해보면 나도 모른다. 주식 딱 한번 팔았다. 아버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였다. 내가 갖고 있는 돈은 없다. 그냥 월급 받고 사는 것은 똑같다. 결혼해서 통장, 도장 다 (아내에게) 뺏기고, 카드도 사용내역서를 (아내가) 다 보니까 함부로 쓸 수도 없다. 재산에 대해 개념형성이 안 돼 있다.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데 난 이것이 편하다.” -사회에 대한 기여 계획은. “엔씨소프트의 목표는 즐거움으로 세상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야구단도 즐거움을 주자는 목적으로 창단했다. ” 김 대표의 부인은 ‘천재소녀’로 유명했던 윤송이(36) 전 SK텔레콤 상무다. 현재는 엔씨소프트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개발에 시간을 많이 쓰고, 아내는 경영을 주로 맡고 있다. 서로 보완이 잘돼서 좋다. 아내가 휴대전화 위치찾기로 내가 어디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내가 누구랑 만나는 것 다 알기 때문에 꾸며낼 수 없다. 주위에선 답답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이상렬·심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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