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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4톨 남은 1만5000살 짜리 볍씨

by 아자여 201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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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톨 남은 1만5000살 짜리 볍씨

한가위다. 기록적인 폭우로 예년만 못하다지만, 올해에도 황금 물결이 일렁인다. 세상이 달라져 이제는 찬밥 신세가 돼간다는 쌀. 그러나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벼의 역사는 1만500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충북대 박물관 발굴단이 1997년~2001년 충북 청원군 소로리 땅속 1만3000년~1만5000년 전 토탄층(土炭層·유기질 점토층)에서 고대 볍씨 18알을 발굴했다. 벼농사의 기원으로 알려진 중국의 후난성(湖南省·호남성) 출토 볍씨보다 3000년 이상 앞선 세계 최고(最古) 볍씨다. 야생벼와 달리 돌칼로 인위적으로 수확한 흔적이 있었다. 조사단장이었던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는 소로리볍씨가 야생벼와 재배벼의 중간 단계인 ‘순화벼’라는 결론을 세계 학계에 발표했다.

 볍씨의 DNA 분석, 탄소연대측정을 몇 차례 거듭하느라 이제 완전한 볍씨는 4톨밖에 남지 않았다. 캐논 MP-E 65㎜ MACRO PHOTO접사렌즈로 (배율1:5)로 소로리 볍씨를 촬영했다. 벼 껍질의 섬유소와 규소만 남아 겨우 형태를 간직하고 있지만 세월을 뛰어넘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출토 당시 점토층과 함께 찍은 단립종(短粒種·짧은 벼·큰 사진), 오늘날 한반도의 재배벼와 확연히 형태가 다른 장립종(長粒種·긴 벼·작은 사진 2개)이다. 이들은 1만 5000년 동안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의 벼가 되었을까. 작은 볍씨가 무궁한 질문을 던진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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