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탕~한계산성~1396봉~안산~12선녀탕~남교리 9시간 종주코스. 설악산에 산성이라니...의아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발동한다. 여기 저기 카페 및 블로그 등 자료를 찾아보니 한계산성에 대해 잘 설명을 해놓았다. 여행과 산행 등 길을 떠나기 전에 목적지에 대한 지식을 알고 가면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지식이 쌓이게 되면 새로운 지식을 또 낳는다. 한계산성은 고구려 때 신라의 북진을 막으려고 쌓은 퇴뫼식 산성으로 험난한 절벽과 장애물을 이용하여 쌓은 천애의 산성이다.
석축으로 쌓은 구간은 대략 6미터 정도의 높이로 산 등성이를 타고 길게 위로 이어져 있다. 성벽을 따라 가파란 능선을 열심히 오르내리면 첫 봉우리인 1396봉까지는 4시간 남짓 걸린다. 좁은 능선을 한참 오르다가 좌우로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숨을 돌리면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그림같은 바위산과 봉우리들이 눈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오른쪽 계곡을 끼고 파노라마처럼 쏟아오른 경사진 암릉군은 이름도 환상적인 몽유도원 릿지코스다. 접근을 쉽게 허락치 않는 신들의 영역처럼 아름답게 뻗어있다. 그 앞으로는 웅장한 장군봉 릿지코스가 나란이 달리고 있다. 1396봉 정상까지 4군데의 릿지구간은 자일을 깔지 않으면 위험한 구간으로 비가 온 후에는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을 해야한다. 산행에서 사고는 항상 순식간에 발생한다. 항상 안전을 확보하고 무리한 행동은 삼가하는 것이 기본이다. 바위에 가장 밀착이 좋다는 C4스텔스 창이 깔린 어프로치 등산화도 젖어있는 이끼가 낀 바위에는 무용지물이다.
4시간 정도 경과 1396봉 정상에 도착하여
멋진 조망도 뒤로 하고 서둘러 허기진 배를 빵조각으로 채운다. 꿀맛이다. 음식맛의
3대 요소가 싱싱한 식재료, 요리사의 정성. 나머지 하나가 시장끼라고 하는데 산정에서
는 틀린 것 같다. 무엇이든 맛있다. 일행 중
에 수박을 통채로 배낭에 넣어가지고 올라
온 분도 있다. 산정상에서 수박파티 상식을
뛰어 넘는 산상향연이다. 시장기를 해소하고 나니 사방팔방 원근으로 주위 조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서 바라보는 안산의 모습은 대청봉이나 서북능선의 귀때기봉에서 바라보는 안산과는 사뭇 다르다. 훨씬 웅장 하고 늘름하다. 서북사면은 둥글고 웅장한 암봉으로 우뚝선 기상이 유아독존이다. 설악산은 올 때마다 볼수록 더 깊은 매력에 빠진다. 사시사철 철마다 아름답지만
빠알간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설악이 으뜸이다. 이번 가을은 설악에 푹 빠지고 싶다.
서둘러 안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재촉하는 지 알 수 없다. 한 삽십분 후 가파란 동쪽사면 등로를
따라 안산 정상에 홀로 우뚝 섰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만 박혀있다. 정상에는 등산객
이 먹고 남은 김밥을 버리고 간 때문인지 날개달린 개미떼로 머물기가 벅차다.
새까맣게 몸에 달라붙는다. 핸펀사진 몇장만 남기고 서북능선길 쪽 방향 12선녀탕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