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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녘부터 비소식이 있어 오늘(금)
아침 9시에 애마를 싣고 가평으로 점프.
가평종합운동장에 주차하고 경반계곡으로 5키로 정도 가볍게 업힐하여 경반계곡 입구에 도착. 좁은 임도 입구부터 계곡에 불어난 물길을 건너며 오늘 라이딩길의 험로를 예감한다. 지금부터 칼봉산과 매봉 갈림길인 회목고개까지 비포장 자갈길과 뒤섞인 급경사길을 치고 올라야 한다. 2시간 정도 예상하고 페달링을
시작한다. 빗물로 젖은 거친 임도길이 결코 만만찮다. 앞바퀴가 돌부리와 자갈에
자주 미끄러진다. 경사길에서는 뒷바퀴도 헛돌아 중심을 잡고 페달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7월 초순에는 용추계곡에서 출발하여 경반계곡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라이딩 하면서 느낀 점은 연인산
MTB 코스는 경사도와 노면상태가 대회장으로 사용하기는 너무 거칠고 위험하여 코스를 폐장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입구에서 산능선 임도까지는 거의 끌바로 체력소모를 많이 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엔 반대방향으로 라이딩을 한번 해보기로 한다. 회목고개는 큰 당산목이 자리잡고 있어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고 쉬어가는 곳이다. 대 여섯 곳의 계곡물을 건너고 쉬임없이 힘든 페달링을
하면서 가슴에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면서 오르고 또 오르면서 포기하려는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 간다. 이건 이 무더운 삼복더위 날씨에 그것도 홀로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암수술한 후 2년 2개월이 되었지만 빠져버린 몸무게가 약 13키로 아직도 몸무게가 변함이 없다. 물론 몸무게가 줄면 당연히 근력도 축소되고 지구력도 떨어진다. 입으로 먹는 에너지량이 지금처럼 극한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운동 중에도 자주 자주
먹거리를 섭취해야 한다. 투병 중에 제일 고역이 이 먹는 문제다. 일을 할 때도 운동 중에도 쉽지만 쉽지 않는 것이 제 때 찾아먹는 것이다. 업힐 중에 긴 급경사길은 현재 체력으론 무리로 어쩔 수 없이 끌바로 올라간다. 경반분교 지나고 경반사에 도착해 소원성취종을 세번 타종하고 가슴에 한이 맺힌 소원을 빌어본다. 경반사를 뒤에 두고 수락폭포 입구를 지나 급경사 빨래판 긴 업힐길을 계속 오른다. 인생길이 생로병사길이라 했던가.
생로병사 말고도 이런 고통은 무어라고 정의해야 하는가. 약 2시간 걸려 12시에 회목고개에 도착해서 배낭을 벗고 당산목 아래 제수돌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펼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상의 지퍼를 열어젖히고 휴식을 취한다. 물과 흑미떡으로
고갈되어 가는 에너지를 보충한다. 오른쪽은 칼봉산 정상으로 가는 등반로고 왼쪽은 매봉 올라가는 등산길이다. 임도를
계속 직진하면 용추폭포로 가는 MTB 자전거길이다. 회목고개로 올라오는 도중에 하산하는 등산객 두명을 마주쳤는데
'아~ 멋집니다. 화이팅!' 이라고 격려를
해주신다. 잔차로 이런 날씨에 급한 등로를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한 모양이다. 잠깐의 휴식과 에너지를 보충하고 이제부터 비교적 평탄한 임도길인 산 위쪽 능선길을 달려간다. 인적도 없고 고요한 길이다. 여름 잡초가 우거진 길과 폭우로 인해 길이 패이고 굴러내려온 돌로
군데 군데 길바닥이 거칠다. 홀로 하는
라이딩이라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속도도 늦추고 정신을 집중해서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정확히 통제해 나간다.
지루하고 긴 연인산 임도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계속 진행한다. 한시간 쯤 달려 임도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한분의 등산객을 만났다. 젊은 남자분인데길위에서 혼자서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인사를 나누면서 하는 말이 용추계곡으로 가는 임도길이 막혀서 갈 수가 업어 도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폭풍우로 임도 옆에 있는 큰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임도길 위로 쓰러지면서 길이 모두 폐쇄되어 갈 수가 없다고 한다.
등산객도 갈 수 없는 길을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센 폭풍우로 길이 막혔는지 궁금도 하고 해서
계속 가 보기로 무모한 결정을 하고 진행
을 해나갔다. 드디어 그 등산객이 하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말로는 표현이 안될 정도로 큰 소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임도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참혹한 광경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눈앞에서 바라보며 쓰러진 고목 뒤편 임도길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결심을 해야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잔차를 들쳐 매고 길없는 야산과 계곡을 우회해서 통과해 갈까 그러면 과연 임도길이 다시 열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야산과 계곡길을 선택하고 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잔차를 들쳐매고 임도길에서 약간 벗어나 야산 숲풀과 계곡을 따라 조심 조심 나아간다. 임도로 올라서서 조금 진행하면 또 쓰러진 고목들로 길이 막히고 또 우회하고 열 몇번 쯤
이런 길찾기 고행을 반복한 끝에 앞이 트인 임도길로 올라섰다. 한 두 군데도 아니고 약 몇 백미터 임도 구간이 자연재해로 막혀버린 것이다. 하여간에 다시 찾은 임도길이 너무 반가왔다.
약 1시간 반 달려 장수고개로 임도로 가는 길목에 도착한 후 임도길을 버리고 오른쪽 급경사 좁은 하산길로내려선다. 이 길은 용추계곡을 줄곳 따라 나란히 내려가는 길이다. 경사가 급하고 바닥이 워낙
험해 끌고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잣나무 군락지를 관통하는 길로 주변이
상쾌하다. 경사가 완만한 길도 빗물로 골이 패이고 돌부리가 어지러히 널려 바퀴가 미끄러져 전도의 위험이 높아 끌고 내려온다. 드디어 계곡물을 몇 번 건너고 등반로와 MTB길 삼거리에 내려서서 안도의 한숨을 길게 쉬어본다. 이제부터는 라이딩하기에 좋은 길이 열린다. 오른편 용추계곡 상류를 끼고 내려가다 불어난 계곡물로 멋진 장소를 발견하고 안식의 시간을 갖는다. 배낭과 상의를 벗고 인적없는 계곡에서 알탕을 즐겨본다. 힘차게 흘러가는 물소리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에 취해 나만이 가지는 시공간의 행복.
즐거움도 잠시 갑자기 밧방울이 우두둑 쏟아진다. 소나기다. 얼른 채비를 챙겨 콘크리트 임도길로 빠른 속도로 하산한다. 하류에는 물이 많이 불어나 급류를 이룬다. 쏟아지는 세차고 굵은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계곡 군데 군데 설치한 물놀이 안전캠프에서 잠시 머문다. 이윽고 빗줄기가 약해져 용추폭포로 다시 달려간다. 기온과 체온이 떨어져 한기가 선뜻 선뜻 몰려온다. 용추폭포는 지난 라이딩 때 구경했기 때문에 가평 종합체육관으로 줄곳 달려간다. 11시에 출발해서 오후
4시30분 도착. 홀로 라이딩하는 도중에
잔차를 타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연인산 MTB길 오늘 하루 내가 빌려 쓴 날.
오늘은 연인산 라이딩을 하면서 어떤 거룩한 힘을 느껴본 하루로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20.07.31. 이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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