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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브레이빅, 십자군 전쟁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우상

by 아자여 2011.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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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빅, 십자군 전쟁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우상
노르웨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5일 오슬로 시청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슬퍼하고 있다. [오슬로 AP=연합뉴스]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왼쪽)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지방법원에서 구금심리가 끝난 뒤 이송되고 있다. [오슬로 AFP=연합뉴스]
‘평화의 낙원’ 노르웨이를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 그는 1m80㎝ 키에 금발 머리, 녹색 눈동자를 가진 손색없는 외모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한 살 때 부모가 이혼하긴 했지만 어머니와 양아버지 밑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모르고 자랐다. 이런 청년이 연쇄테러로 무고한 7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러를 위해 쓴 돈은 31만7000유로(약 4억8300만원). 노르웨이를 패닉(공황)에 빠뜨린 브레이빅은 무엇 때문에 연쇄 테러를 저질렀을까. 현지 지방지 베르겐스 디텐드에 실린 브레이빅의 셀프 인터뷰 등을 통해 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봤다.

#1. 네오나치즘(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극우인종주의)=브레이빅은 16세 때 진보당 청소년 조직에 가입한다. 그는 인터넷에 올린 ‘2083:유럽 독립 선언문’에 “진보당이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유일한 정당이기 때문에 끌렸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나치·파시스트·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지만 브레이빅은 이민 정책에 반대하고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브레이빅은 이 시점부터 사회적 문화와 정치에 관심을 쏟는다.

#2. 템플기사단(12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과 맞서 싸운 조직)=20세 때 브레이빅은 민주당이 유럽의 이슬람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다문화주의자들과의 40년 동안의 대화는 끝났고 재앙이 시작됐다”며 “유럽인들은 이제 마이너리티(소수집단)가 됐다”고 말했다. 브레이빅은 “다문화주의에 반대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싶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며 “이때부터 (테러)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한다.

#3. 유나바머=이번 노르웨이 연쇄테러는 유나바머 사건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나바머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교수 시어도르 카진스키가 현대 문명과 기술발전의 폐해가 인류를 파괴한다며 1978년부터 95년까지 총 16회에 걸쳐 우편물 연쇄폭탄 테러를 일으키며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문명 혐오주의자였던 카진스키는 주로 대학과 항공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폭발물을 보냈다. 이 사건은 브레이빅이 다문화주의를 혐오하며 연쇄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2083:유럽 독립 선언문’ 내용이 카진스키가 발표했던 내용문 일부를 표절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4. 리처드 1세=제3차 십자군전쟁에서 여자와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무슬림(이슬람교도)을 무차별 살해해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용맹한 리처드 1세는 사자의 심장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사자왕’으로 불렸고, 브레이빅은 사자왕을 닮고 싶어했다. 브레이빅은 “다문화주의자들이 무슬림 이민을 중단하고 모든 무슬림을 국외로 추방했다면 그들의 지난 잘못을 용서했을 것이다”며 “만약 그들이 2020년까지 항복을 거부한다면 그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연쇄테러 범행 후에도 “(테러는) 잔인하지만 필요했다”고 말했던 브레이빅은 리처드 1세와 흡사하다.

#5. 콜 오브 듀티=브레이빅이 페이스북에 가장 즐기는 게임으로 꼽은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2’에 등장하는 ‘노 러시안(No Russian)’ 미션은 민간인 대량학살 장면이 등장한다. 게임 속 장면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민간인을 마구 조준 사격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희생자를 잔인하게 확인 사살한다. 게이머가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테러조직 소속이라는 설정은 브레이빅이 다문화주의를 반대하는 극우 테러리스트라는 점과 매우 흡사하다. 브레이빅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러시아 총리를 꼽았다.

#6. 페미니즘=브레이빅은 여자친구가 없었다. 3년 전 연쇄 테러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엔 미국으로 건너가 이마와 코·턱 성형수술을 받았다. 브레이빅의 친구는 “나는 한 번도 브레이빅이 여자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브레이빅은 연쇄 테러 전에도 성매매 여성과 잠자리를 하기 위해 2000유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우퇴야 섬에서 얼굴이 예쁜 여자아이부터 살해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다. 브레이빅의 정신적 세계엔 무슬림과 여성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담겨 있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브레이빅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백인우월주의를 해치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여성관계 문제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보는 심리에서 나타난 행동이다”고 말했다.

임현주·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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