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 가장 덥다는 대서인 오늘 지리산 남부능선의 일부구간인 청학동~삼신봉~쇠통바위~독바위~불일폭포~쌍계사를 종주하다.
총6시간이 소요된 산행길은 들머리에서 첫봉우리 삼신봉까지만 조금 힘이 들었고 그 이후는 1,200에서 1,300미터의 하늘길 능선을
따라가는 비교적 시원하고 원만한 산행길이었다. 등로에서 이따금 만나는 예쁜 말나리꽃들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로를 씻어
준다. 독바위에서 불일폭포로 내려올 때는 약간 지루할 정도의 너덜지대도 나타나고 산행초보자에겐 짜증이 날만한 길이다. 그러나
너덜길이 끝나면 산죽(조릿대)이 양옆으로 우거진 비교적 보드러운 산행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곧바로 물소리가 들려온다. 여름산행
에서 제일 반가운 것이 물소리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갈수록 더욱 크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심신을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
배낭을 벗어두고 손과 팔다리 얼굴이며 시원하게 적셔본다. 땀에 절은 온몸에 얼음같이 차거운 계곡수를 끼얹어본다. 걸어온 산행길
의 온갖 피로와 무더웠던 기억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여름산행은 이맛에 하는 것이 아닐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계속 하산한다.
얼마 안가서 불일폭포 입구길 삼거리를 만난다. 배낭을 벗어두고 약 300미터 거리에 있는 폭포로 몸만 가볍게 다녀온다. 긴 장마로
인해 폭포엔 물이 많다. 불일폭포는 높이가 높아서 수량이 적어도 멋진데 오늘은 맑고 시원한 물이 층층이 부딪혀 웅장하게 떨어져
내리는 것이 과히 장관이다. 사람들도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담기에 바쁘다. 떠나기 싫은 폭포를 뒤로하고 쌍계사로 계속 하산한다.
곧바로 흙벽돌 아담한 집한채를 만난다. 작년 봄에 들렀을 때보다 주변을 더 이쁘고 소담스럽게 꾸며 놓았다. 집주인이 누군지 모르
지만 지리산을 사랑하는 물소리 바람소리를 닮은 분임에 틀림없다. 휴식장소에는 잠시 쉬어가는 길손들도 눈에 띄고 정갈하고 아담
한 집과 연못 그리고 조화롭게 가꾸어진 돌탑, 꽃밭 등 주변의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나도 따라하고픈 삶이다. 머물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미래의 시간이 두렵기만 하다. 계곡을 옆에 끼고 계속 내려가다가 시원한 장소를 발견하고 쉬어간다. 배낭속에 남은
과일을 모두 꺼집어내어 산우들과 함께 나눈다. 양말을 벗고 지친 발도 세족한다. 산우들은 얼굴 및 상체를 물로 적신다. 이제 날머
리인 절까지는 지척이다. 마지막 정리를 하고 쌍계사로 내려선다. 쌍계사는 절을 끼고 양옆으로 계곡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언제와도 깊고 운치있는 고찰이다.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지는 절기운이 나를 또 한번 씻어내린다. 사찰엔 템플스테이로 많은 학생들
이 붐빈다. 노랑머리 외국학생들도 많이 눈에 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제행무상이다. 쌍계사를 버려두고 화계동천을 건너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뒤를 돌아 지나온 먼산들을 올려본다. 겹겹히 산이다. 참으로 깊은 산이다. 영어로 deep mountain 이라고 하면
영어권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우리만이 알고 느끼는 깊은 산이다. 생각나면 들러고 싶은 어머니를 닮은산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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