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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골로 올라가는 산길엔 벌써 철이른 코스모스가 눈에 띈다. "미각지당춘초몽 개전오엽이추성"
(연못마당에 붐풀이 체 꿈을 깨기도 전에 뜰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소리 나는구나) 세월은 정말 유수같다. 이것도 제행무상이다.
비가 많이 내린 후라 계곡물이 불어 굉음을 내며 골짜기를 흘러내린다. 각종 여름꽃들도 비를 맞으며 한철멋을 소리없이 부리고 있다.
비오는 광교산은 인적이 드물다. 백년수 약수터로 올라가는 문암골 오름길은 더욱 한적해서 오늘같은 날은 홀로 산행하기엔 을씨년
스럽다. 산이 가까이 있어선지 내가 산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참 많이도 광교산을 올랐다.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을 조용히
생각해 본다. 언제까지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아니 오른다기 보다는 들고 날 수 있을까? 오늘 하루는 느린 박동수로 산길을 밟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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