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온통 물난리다. 폭우로 폭우로 인해 지리산만 빼고 모든 국립공원이 입산금지되었다.
오늘은 하계휴가 마지막 날이다. 계속되는 장마로 지난 금요일 고된 연인산 MTB코스 라이딩 후
토, 일, 월요일 3일 동안 집에서 꼼짝없이 방콕을 하고 있노라니 온 몸에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을
정도여서 결국 인터넷으로 날씨정보 확인 후 8월 3일 밤 10시 30분에 애마를 끌고 백무동으로
달려갔다. 차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동틀 무렵 채비를 점검하고 서둘러 백무동 탐방소로 향한다.
평일 이른 새벽인데도 인근 지역에서 온 듯한 네 다섯 분 중년분들이 들머리로 올라가고 있다.
오늘 산행은 백무동계곡길로 올라 하동바위를 거쳐 장터목으로 오른 다음 장터목대피소에서
잠시 간식시간을 갖은 다음 천왕봉으로 올라가 지리산 정기룰 받을 예정이다. 하산길은 역으로
장터목으로 다시 내려선 후 지리산 종주길 중 가장 멋진 길인 장터목~세석대피소길을 취한다.
세석평전에서 광활한 여름경치를 만끽하고 백무동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한신계곡을 내려선다.
백무동으로 원점산행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한신계곡은 지난 해 가을 길고 긴 지리산 남부능선
을 종주할 때 무박으로 밤 3시에 백무동에서 출발한 야간산행으로 가마소폭포 등 한신계곡의
빼어난 절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번 산행길은 한신계곡의 여름 비경을 만나보고 싶었다.
하신길에 만난 물 많은 한신계곡의 여름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 등산객이 아니고는 결토 볼 수
없는 지리산 속살의 깊고도 풍만한 여름 모습들. 지리산은 역시 지리산이다.
10시간 정도 걸린 지리산 산행길에서 길가에 만발한 동자꽃, 말나리, 산수국 등 온갖 여름꽃들을
만나는 행복한 하루였다. 지리산 등로길에 온갖 야생화 복원사업으로 등산로 주변이 온갖 야생화
천국이다.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색다른 아른다운 길로 변신을 거듭 중이다. 매년 두세번 지리산
을 찾는 이유가 올 때 마다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과 졍겨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대피소가 일부 기능만 제외하고 숙식이 폐쇄되었지만
다시 정상이 되면 이젠 1박 2일로 느리게 지리산의 모습을 느껴보고 싶다. 2020. 08.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