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에 낙석사고로 폐쇄되었다가 7년 만에 재개방한 설악산 흘림골로 달려갔다. 8년 전 겨울 1월인지 2월인지 몰라도 눈이 많이 내린 날 흘림골을 탐방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 올라온다. 새벽 4시 30분 설악으로 애마를 몰고 달려간다. 철정휴게소에서 6,000원짜리 황태라면 한그릇 뚝딱하고 오색에 8시에 도착. 이 시간에 벌써 지상주차장은 이미 만석이다. 할 수 없이 새로 멋지게 완공한 4층짜리 주차타워에 유료 주차(1일 최대 5,000원)한 후 등산화로 갈아신고 스틱이랑 배낭을 챙긴다. 오늘 계획은 흘림골 탐방지원센터에서 등로를 타고 오색온천지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탐방지원센터까지 택시로 만오천원에 올라 간다. 승객이 한명이든 3명이든 만오천원이다. 흘림골 탐방지원 센터 입구에서 예약자 QR코드 확인 후 입산을 허락받고 신선들이 내려와 놀다간 바위라는 등선대(1,004터로 천사봉?)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한다. 등선대 삼거리까지 약 1키로 구간은 가파른 돌계단과 테크길이 대부분이다. 등로를 따라 우측은 칠형제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다. 올라갈수록 봉우리들의 모습이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한다. 근래 산행보다 MTB(산악자전거)를 많이 탄 탓으로 산행에 필요한 근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기본체력이 남아있는지 여궁폭포를 거쳐 등선대 삼거리 까지 느릿느릿 쉼 없이 올랐다.
아직 가을이 무르익지 않아서 단풍은 이제 물들어 가기 시작해 별루지만 설악이란 이름에 걸맞게 언제나 하늘높이 웅장하게 치솟은 멋진 바위 봉우리들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등선대 삼거리에서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신 후 곧바로 등선대로 올라선다. 사방의 산과 봉우리들이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과 자태로 다가온다. 저 멀리 서북능선의 주봉인 귀때기청봉(1,576미터)과 안산(1,430미터)이 시야에 들어오고 반대편은 망대암산(1,247미터)과 웅대한 육산인 점봉산(1,426미터)에 이르는 백두대간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진경산수화다.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등에 업고 사진으로 추억만들기에 다들 여념이 없다. 시원한 조망을 만끽한 다음 이제 주전골로 내려간다. 워낙 골이 깊고 인적이 없는 골짜기라 엽전을 몰래 불법으로 주조한 곳이라 주전골로 불리는 계곡이다. 내림길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마사토와 불규칙한 돌길로 내려서는 걸음 걸음 조심스럽다. 그래도 일부만 제외하고 전체구간은 등로정비를 잘해 놓았다. 조망이 제법 괜찮은 곳은 잠깐 머물러 사진을 담고 하면서 유유자적 내려간다. 근데 계곡엔 물이 많이 없다. 그래도 물이 제법 많은 해는 단풍잎이 깨끗하고 빛깔도 매우 고왔다는 기억이 난다. 올해 절정기 설악단풍은 글쎄 어떨는지? 주전교를 지나 용소폭포와 오색약수 갈림길에서 용폭은 버리고 곧장 우측 오색 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1시간 남짓 거리다.
여기부터는 오색에서 거꾸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며 내려간다. 흘림골 탐방로도 개방하고 코로나 통제도 거의 해제된 연휴라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색약수 입구 음식점 들도 대목이다. 주변엔 온통 차들 과 사람들로 혼잡하다. 산행거리가 짧아 시간은 오전 11시 20분을 가르키고 있다. 내 단골집인 토박이식당에 들러 산채돌솥밥을 주문해 시장기를 달랜다. 언제 먹어도 맛이 한결같이 담백하고 구수하다. 50년간 대를 이어 내려온 손맛이 남달라 이 집을 찿는 단골이 많다. 오늘은 단체손님도 있고 해서 매우 분주하다. 주인 내외분 그리고 가족, 친인척들도 주방일과 서빙에 여념이 없어 인사조차 못하고 식당을 빠져 나왔다. 10월 지나고 11월로 접어들면 이곳 오색은 한가해 진다. 그래도 바람불고 눈내리는 삭막한 겨울엔 오색온천 또한 명물이다. 겨울 설악산 등반 후 뜨끈한 온천물에 온 몸을 담그고 겨울 상념에 한번 잠겨보자.
삼층석탑 : 1968년에 보물로 지정된 석탑으로 정식명칭은 양양오색리삼층석탑이다.
오색석사: 신라말기 도의선사가 창건한 고찰. 도의선사는 선문구산의 하나인 가지산파의 개산조임. 그리고 오색은 청,황,적,백,흑색을 정색으로 삼고 있는 불교에서 유래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절의 후원에 있는 나무에서 다섯가지 색의 꽃이 피었다고 해서 오색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폭포에 물이 거의 말랐다.
토박이식당 : 50년 대를 이어오는 토속 산채 한정식집
구수하고 깊은 손맛이 우러나오는 산채무침에 반해 설악에 올 때 마다 꼭 찾아오는 단골집
더덕구이와 된장찌개 맛도 뛰어나지만 물김치의 감칠 맛도 빼놓을 수 없다.